요즘 새롭게 즐거운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오래 전에 다녔던 우면산엘 다시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온 것이 89년 초였는데, 그때는 약수물을 뜨러 우면산엘 자주 다녔다.
88올림픽이 막 끝나고 한창 서울시 수도물의 수질이 문제되었던 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깨끗한 물을 먹으려고 약수를 챙겨 마셨다. 지금처럼 생수가 유행하지는 못 하였고 주로 집 근처의 약수터로 물을 뜨러 다녔다. 나도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두개나 사 가지고, 틈만 나면 우면산 대성사 약수터로 갔다.
대성사 약수터는 늘 약수를 받아가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기다리기가 지루해진 사람들이 어느새 통으로 줄을 세워놓고 우면산 정상엘 올라갔다 내려 오는 것이 하나의 코스가 되어 버렸다. 나도 그 들 틈에 끼어 부지런히 우면산 정상에 까지 올라 갔다가 내려오면 내 차례가 되어 있었다. 대성사는 예술의 전당 바로 뒤에 있는 자그마한 암자다.
그 이후 93년 부터는 거래처 사장님의 소개로 지금까지도 열심히 다니고 있는 청계산의 옛골 - 봉오재 - 이수봉 코스의 단골 산객이 되었었는데...
작년 말, 우리 아파트에서부터 서초IC까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3개나 놓이고 새로이 산책로를 정비하여, 약 2.5키로의 멋진 산책로가 연결되었다. 강남대로로 따지면 신논현역에서 양재역까지의 거리이다.
그동안 산책로를 왕복하며 근린공원에 들러 운동기구에도 매달리고 그렇게 가벼운 산책을 위주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가끔씩 등산배낭을 메고 오가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물어보니 우면산엘 다녀온다는 말. 산책로 끝에서 조금만 더 가면 우면산 입구이고 정상까지 왕복을 하면 충분한 운동거리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오늘 재보니 집에서 우면산 정상까지가 4.5키로. 왕복하면 9.0키로란 얘기. 그동안은 산책길 2.5키로를 왕복하였으니 5.0키로 정도를 걸었던 것. 그래서 이번 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우면산엘 다니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우면산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몇 번 다니다 보니 우면산을 끼고 서울둘레길도 만들어져 있고 원래 있던 우면산의 여러 등산로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았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른 코스로 우면산을 누비기 시작하였고...
엊그제는 우면산 정상을 넘어 사당역까지 다녀왔다. 잘 닦여진 산행길에 경치도 좋고, 숲도 울창하고 공기도 맑고, 무엇보다 귀가하는데 시간도 별로 안 걸리고...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그 코스를 다녀왔다.
1. 서초동 산책로 길: 약 2.5키로
집에서 산책로 끝까지 대충 2.5키로 정도 되는 산책길. 원래 있던 4개의 산책로들을 3개의 다리로 연결한 것이다. 다리를 세개나 놓고, 올봄에는 산책로도 말끔하게 정비하였다. 마사토가 깔린 산책길은 양탄자처럼 폭신폭신하다. 중간중간 운동기구도 여러곳에 설치되어 있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에 KCC본사가 있다.
산책로의 시작
첫번째 다리를 건널 때 왼쪽으로 보이는 강남역 일대...모나코 부띠끄와 삼성전자사옥이 보인다
그렇게 부지런히 산책로를 걸어 서초IC쪽으로 간다...철쭉이 만발했던 화단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서초IC 나들목 세개를 건너야 한다. 외교센터가 보인다
한전 아트센터도 보이고...조심조심 건널목을 건넌다
2. 서초약수터 ~ 소망탑(우면산 정상): 약1.6키로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서초IC 나들목을 세군데 지나면 "서울시 인재개발원"이라는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길을 건너 왼쪽으로 들어서면 서초약수터이고, 거기서부터 1.5키로쯤 올라가면 소망탑이다.
소망탑에 올라서면 서초구 일대와 강남구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아래쪽을 내려다 보기 좋도록 전망대 데크가 마련되어 있고, 이런저런 운동기구도 몇 개 비치되어 있다.
원래의 우면산 정상에는 공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소망탑 있는 곳이 등산객들에게는 우면산 정상인 셈이다.
청계산의 이수봉도 원래의 이수봉 자리에는 통신부대가 자리잡는 바람에 바로 옆에 짝퉁 이수봉이 생겼다고 들었다.
서초약수터 앞의 "서울시 인재개발원" 버스정류장 앞의 남부순환도로...길을 건너와서
남부순환도로 "서울시 인재개발원" 버스 정류장 앞의 서초약수터 입구
바로 옆에는 우면산 산행지도가 설치되어있다
서초약수터
서초약수터의 운동기구들
서울시 인재개발원으로 오르는 길
소망탑 쪽으로 올라가는 길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고 나면 나오는 아까시 쉼터
우면산의 참나무들도 잎마름병의 피해를 입었다. ㅠㅠ
소망탑으로 올라가는 길...나무들이 많이 베어져 나가 길이 썰렁하다. ㅠㅠ
서울둘레길과 소망탑 가는 등산로가 서로 교차하는 곳
왼쪽으로 가면 양재시민의 숲 쪽으로 가는 길이다.
우면산에도 깔딱고개가 있다. 첫번째 계단길 깔딱을 올라서면 나오는 팥배쉼터
중간에 잠시 몸을 풀고 가는 곳...팔도 돌리고 누워서 허리도 펴본다.
청계산에는 까마귀가 많은데 비해 우면산에는 까치가 많았다
태극쉼터에도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다
키가 큰 리기다소나무들이 즐비한 곳
소망탑이 가까워 오고...
곳곳에 있는 참나무의 무덤들
서울둘레길이 아닌 원래 우면산의 표지판은 색깔이 다르다
청계산과 마찬가지로 소나무, 참나무, 신갈나무가 혼재한 우면산
표지판의 종류도 여러가지다 보니...가끔 서로 다른 내용(특히 거리)도 눈에 띈다. ㅠㅠ
내가 싫어하는 계단길
소망탑 있는 곳이 우면산 정상. 옛날엔 참 누추했었는데...
소망탑 옆에는 전망대가 있다.
바로 아래 삿갓모양을 한 예술의 전당도 보이고...왼쪽 뒤로 법원단지도 보인다.
오른쪽에 삼성동 무역센타도 보인다.
소망탑 아래쪽에는 운동기구도 몇개 설치되어 있고...
3. 우면산 정상 (소망탑) ~ 유점사 쉼터: 약0.9키로
우면산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대성사, 예술의 전당, 방배역, 등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있고, 계속 서쪽으로 가면 사당역 쪽이다. 몇해전 홍수피해 이후로 배수로와 사방공사가 잘 되어있었다.
소망탑에서 80미터 내려온 곳
소망탑으로 오르는 산객
겁나는 안내판...남태령 너머 쪽으로 정상부에 공군부대가 있다
계단길이 다소 가파르다...조심조심 한발 두발...
계단을 내려오면 삼거리...나는 덕우암 약수터쪽으로 가야한다.
내려온 계단길을 다시 올려다 보며...
대성사쪽으로 내려가는 다소 완만해지는 계단길
유점사쉼터 쪽으로 이와 비슷한 흙길이 계속 이어진다
몇해전 홍수피해(우면산 산사태)를 본 삼성 방배아트힐 아파트(구 소라아파트)
그때의 산사태로 우면산의 배수로를 말끔하게 정비하였다
삼성 방배아트힐 아파트(구 소라아파트) 쪽으로 내려가는 배수로
공군부대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사방댐...엄청 규모가 크다
배수로 옆으로 숲이 울창하다
계속 이어지는 폭신폭신하고 편안한 산책로같은 등산길
곳곳에 세워져 있는 경고문
봄인데도 단풍물이 예쁘게 들었다.
드디어 유점사쉼터 지붕이 보인다
4. 유점사 쉼터 ~ 사당역: 약3.1키로
유점사 쉼터를 지나 계속 사당역쪽으로 진행하는 코스는 경치가 좋다. 아래쪽으로는 남부순환로가 지나는데 아파트촌들이 즐비하다 위쪽으로는 숲이 울창하고 배수로 정비가 잘 되어있다.
사당역 바로 옆의 방배우성아파트가 우면산 트래킹의 종점이다. 트래킹 코스를 벗어나게 되면 갑자기 시끌벅쩍한 소음과 마주치게 된다. 경기남부에서 올라오는 여러 광역버스의 종점이 바로 이 곳이다. 그래도 바로 지하철로 연결하면 집까지는 겨우 4정거장.
유점사 쉼터
쉼터 건물앞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
지난 번에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큰 나무들이 몇 그루 들어서 짙은 그늘을 만들어 준다.
서초약수터에서 2.4키로 정도 떨어진 곳
철재로 만들어진 표지판에 녹이 슬었다. 페인트칠을 하면 좋을텐데...
소망탑 있는 곳이 우면산 정상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남부순환도로를 건너 방배역으로 통한다.
곳곳에 배수로가 있다
이제 계절이 여름으로 달려가는 중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배수로
위쪽에서 내려오는 배수로
숲의 내음이 참 좋았다
알싸한 풀향기가 코를 찌르던 곳
배수로가 많기도 하다. 사방공사도 그렇고...
공사비도 참 많이 들었을거 같다. 배수로마다 위로 건너는 통나무다리가 놓여있다.
성산약수터를 거쳐 내려가면 마주치게 되는 세갈래길
수백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보덕사를 당겨본다
이곳에도 배수로가 잘 정비되었다. 배수로 위쪽이 성산약수터
풀향기가 폴폴 나던 곳. 어렸을때 오르던 안산의 풀냄새가 생각났다.
통나무목책이 둘러쳐진 등산로...꽤 운치가 있다
길옆에는 양치식물이 무성하고...그늘이 좋다는 얘기
잘 만들어진 자그마한 사방댐들도 여러군데 있다
우면산 정상에 있는 공군부대쪽에서 내려오는 배수로
가을하늘처럼 파랗던 하늘...
어느새 녹음이 짙게 우거진 숲.
새로 정비된 배수로 옆에는 돌계단길이 많다...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다시 나타나는 서울둘레길 안내판
나는 소망탑을 찍고 성산약수터를 거쳐 이곳까지 왔다. 둘레길로 돌아가는 이들도 많았다.
점심을 먹은 정자모양의 쉼터-남태령 전원마을 입구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이정표가 사이좋게 나란히 붙어있다. ^^*
성뒤골 표지석
이름모를 노란색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중간에 공사장 담이 길게 쳐있어 조금 헷갈리는데...
곧바로 표지판이 있어 가야할 방향을 알려준다. ^^* 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는 표지판.
우면산에는 유난히 진지도 많고, 토치카도 여러군데에서 볼 수 있다
사당역에 거의 다 왔다
드디어 사당역 안으로 들어섰다
집으로 가려면 2호선을 타고 강남역까지 가야한다.
5. 맺는 말
근처에 사는 우리 휘선친구들도 한번쯤 가보길 권한다. 재작년인가? 성주가 소개했던 서리풀공원 코스도 좋았지만 서리풀공원 코스보다는 조금 더 산행하는 맛이 나는 곳이다. 청계산보다는 약간 낮지만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89년부터 93년까지 한 4년간 오르내렸던 우면산. 지난 20여년 청계산에 정이 들어, 잊고 살았던 우면산. 요즘 다시 다니며 정을 붙이고 있는 중이다.
서울둘레길
우면산을 끼고 관악산에서 구룡산까지 이어지는 길이 서울둘레길인데, 이 서울둘레길은 관악산입구에서 부터 사당역으로 연결이 되고 다시 대성사를 거쳐 양재시민의 숲으로 연결된다. 계속 진행하면 구룡산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런저런 시설물과 표지판, 이정표들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새로운 간이식탁, 마룻장, 간이의자 등이 넉넉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잠시 앉아 쉬어가거나 식사를 하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고, 애초에 설치됐던 쉼터들도 여러곳이어서 붐비지 않는다.
처음 가는 사람도 길을 잃어버릴 염려없이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다. 안내판과 이정표 외에도 원형의 작은 화살표 표지도 있다. 표지에는 서울둘레길, Seoul Trail 이라고 씌여있다. 길에서 벗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시설물이다.
보기좋은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서울둘레길은 구룡산에서 관악산입구까지 연결된다.
교육문화회관 근처 삼거리의 작은 공원: 우면산 들머리
우면산 들머리
곳곳에 새로 설치된 간이야외식탁
통나무를 잘라서 계단길도 만들어 놓았다
이곳저곳 간이의자도 많고...
고속도로변의 우면동 우성아파트가 보이던 곳
표지판도 보기좋게 곳곳에 서 있다
새로 통나무를 잘라서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다
깔판을 깔고 앉아서 쉬거나 배낭을 얹어놓고 정리하기 좋은 곳
서울둘레길과 우면산 등산로가 겹치는 곳도 있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63회 남국환
우와 우면산 둘레길 PR 많이 됐네 ,,, 그리고 자세히 적어놔서 친구들이 찿기 좋겠네!!! 멋있다 땡큐!1
